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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혼모 보고서> ⑤지원 따로 현실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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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리아의집 작성일2010-07-16 11:59 조회3,3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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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 촉구 퍼포먼스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회원들이 '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 촉구 집회에서 한국의 미혼모를 상징하는 대형 인형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정부 주택지원 '그림의 떡'.."배점항목 개선해야"

"미혼모 시설 입소하면 학교나 직장생활 불가능"

시설 입소해야 지원책 제공하는 '행정 편의주의'

입양 권하는 정부 정책..미혼모 양육권엔 무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홀로 3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김은주(29.가명) 씨는 9일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모자원에서 오는 16일 퇴소해야 하는데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자원에 있는 동안 설문지 조사와 녹취록 정리 아르바이트, 인턴교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지만 조그만 월셋집 얻을 돈도 모을 수 없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집이 있긴 하지만 워낙 좁은데다 부모나 형제와 함께 살면 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이기 때문에 생계비로 월 3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데 적다면 적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중요한 돈"이라며 "그러나 요즘 집 걱정에 피가 바짝 마른다"고 털어놨다.

◇ 현실성 없는 정부의 주택지원 정책

정부는 김씨처럼 어려운 사정에 처한 미혼모들을 돕기 위한 주택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임대주택 중 일정량을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보증금 3천만∼4천만원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바쁜 미혼모들에게는 마련하기 쉽지 않은 목돈이다.

이는 저조한 계약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SH공사가 작년에 한부모 가족에 배정한 국민임대 주택은 40가구였고, 총 423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0.6대 1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첨자중 30가구만 계약해 계약률은 75%에 머물렀다. 2008년에는 총 84가구가 공급됐고 계약률은 50%에 불과했다.

목경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보증금이 없어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미혼모에게 불리한 '배점 항목'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을 1순위로 공급하는 전세임대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의 인기가 높다.

보증금이 국민임대주택보다 훨씬 저렴한 수백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택들도 미혼모들에게 '그림의 떡'이기는 마찬가지다.

공급물량보다 지원자가 많을 때 당첨자를 정하는 배점 항목이 기초생활수급자에 비해 미혼모에게 상당히 불리해 당첨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동일 순위 시 배점 항목은 ▲최근 3년간 자활프로그램 참여 여부 ▲당해 사업대상지에서의 연속거주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여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미혼모는 부양가족이 대부분 아이 1명뿐인데다 불편한 시선을 피해 자신이 살던 지역을 떠나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자활프로그램도 대부분 단순 노역이다 보니 젊은 미혼모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배점 항목이 구조적으로 미혼모가 높은 가산점을 받기 어려운 셈이다.

김은주 씨는 "부양가족, 연속거주기간 등에서 가산점을 전혀 못 받고 자활프로그램도 잡초나 뽑는 잡일로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아니어서 하지 않았더니 가산점이 5점도 안 됐다"면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배점 항목은 국토해양부령인 '보금자리주택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한 국토해양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미혼모들이 동일 순위 경쟁에서 불리하게 느낄 수 있다고 보지만, 한부모 가족에게 1순위 자격을 주는 자체가 장애인 등 다른 계층에 비해 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배점 항목을 수정하면 다른 계층에서 불이익을 받는 분들이 나올 수도 있어 한부모 가족의 입주실태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지원받으려면 시설에 입소하라?"

정부의 지원이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방의 대도시에 살고 있는 여대생 이수영(21.가명) 씨는 다음 달이면 아이를 출산한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아이도 키우고 공부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씨는 "원래 다음 달 말 출산 예정인데 좀 앞당겨 다음 달 초에 아이를 낳고 9월에 시작되는 2학기 수업을 들을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욕심일 수도 있지만 대학교를 빨리 졸업해 아이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설 입소 대신 자취를 하며 아이를 키울 생각이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쉽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권 취득을 위해 동사무소에 갔더니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수급자 신청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자필 서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면서 "부모님께는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에 입소하면 간단하게 수급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시설에서는 학교에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 미혼모 원하는 건 시설 아닌 지역사회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에서는 미혼모 시설에 입소해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시설에 문의한 결과 "단체생활을 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도 직장도 다닐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자립정착금 및 양육교육과 인성교육 심리상담 등 각종 서비스도 시설 입소자에 대해서만 제공된다.

대다수 미혼모들이 부모 몰래 아이를 낳고 학교생활과 자립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지원 정책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셈이다.

목경화 대표는 "시설이 미혼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기적인 것이고, 길게 봐서는 미혼모들이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입양가정 지원금 10만원 vs 미혼모는 5만원

아이를 입양할 때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 아이를 직접 키울 때 주는 돈보다 많다는 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양가정에 대해서는 아이가 만 13살이 될 때까지 매달 10만원의 양육비를 제공하지만 한부모 가정의 경우 만 12세까지 월 5만원만 지원한다.

그것도 입양가정의 경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지원금을 주지만 미혼모 가정에 대해서는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의 100∼130%에 달하는 가정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부터 만 24세 미만 미혼모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월 10만원으로 인상했다는 점이다.

미혼모들은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우지 말고 입양을 시키라고 권장하는 것인지 정부 정책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혼모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생겼다면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았을 경우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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